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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 같은 날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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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 같은 날의 오후   - 권현형 -
 
내가 반쯤 젖고
당신도 절반쯤 젖었으니
우린 피차
마찬가지지요
시시한 인생들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연애나 한 번 해볼까요
저 비 오는 질척한 거리로 나가
신발이 다 해지도록
마음마저 해져 차라리 나풀나풀
화냥기 많은 계집의 치맛자락처럼
가벼워질 때까지 수캐마냥 암캐마냥

나돌아다녀볼까요
사랑하노라고
당신 없이는 죽어도 못살겠노라고
혀로 입술로 거짓 맹서라도 나누며
어디 살아 견뎌볼까요

비 오는 날엔 부디 당신의 눈빛을 가두시길
젖어 희번득거리는 그 외로움을
헉! 숨막히도록 빨아들일 누군가를 조심하시길
발정한
또 한 외로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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