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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향기 그득한 멋진 업소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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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광장]
 
서울에서 청평으로 가는 북한강변 길을 달리다가 양수대교를 지나면 삼봉리가 나온다. 영화촬영소를 조금 못 미친 삼봉리의 왼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응달산 고개를 넘어가면 토속음식점 [외할머니집]이 있다.


inmul_1.jpg건물의 외관에서부터 고즈넉한 정감을 느낄 수 있는 [외할머니집]의 우재민 대표(42)는 스스로를 손님들의 외사촌이라고 부른다. 외갓집을 지키는 사람이니 외사촌임이 당연한 듯도 싶지만 부드러운 표정에 늘 웃는 얼굴인 그는 진짜 외사촌처럼 친근한 인상이다.


“아이들의 외할머니가 실제로 사시는 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호를 [외할머니집]으로 정하였습니다. 상호만이 아닌,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독특한 인테리어가 주는 분위기에서 정말 외갓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원목탁자와 의자, 어린시절 초등학교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금과 놋그릇, 올망졸망 늘어선 항아리 등 향수를 일깨워 주는 장식품들이 반갑고 정겹다.


큰길 옆의 샛길 입구에 이정표만 있을 뿐인데도 우 대표의 식당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외진 곳을 저 손님들이 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궁금하다는 말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처음 오시는 분들 중 소문을 듣고 일부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거의 대부분은 지나가던 분들이거나 길을 잘못 찾아든 분들입니다. 그렇게 오셨다가 다음엔 일부러 찾아들 주십니다.”


우연히 들렀다가 일부러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장소가 음식점인데 우 대표의 [외할머니집]은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우선 독특하고도 깊은 음식의 맛이 가장 큰 매력이다.

입맛이 꽤 까다로운 기자인데도 맛보라고 내온 도토리묵을 한점만 먹는다는 것이 그만 한 접시를 다 비울 때 까지 수저를 놓지 못할 정도로 음식이 맛깔스럽다. 직접 쑤어 만드는 도토리묵에 방금 밭에서 뽑아온 유기농 야채를 버무려서 만들었다고 하니 그 신선함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inmul_1a.jpg모든 음식에는 일체의 조미료를 쓰지 않고 직접 밭에서 가꾼 유기농야채만을 사용한다. 조미료 대신 손맛과 정성으로 만드는 음식이기에 여느 식당의 혀끝에서 맛이 끊어져 버리는 음식과는 다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기자가 맛본 도투리묵 외에 유황오리와 한방백숙, 대나무통보리밥 등 토속음식이 주를 이루는데 재료로 쓰이는 오리와 닭은 직접 기른다. 시중에서 구입하면 냉동이 대부분이라서 토속음식 고유의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외할머니집의 또 다른 매력은 조망이다. 탁 트인 넓은 유리창 너머의 농로처럼 조브당한 길엔 이따금 경운기가 통통거리며 지나가고, 저만치 밭엔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김을 매는 부부의 정겨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 창을 통해서 계절마다 날씨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표정을 만날 수 있다.


겨울 흐린 날엔 수많은 독수리가 계곡을 활강하는 장관이 펼쳐지고 봄엔 주문한 음식이 준비되는 사이에 쑥이나 냉이를 캐며 한순간이나마 고향을 느낄 수도 있다. 여름의 솔바람 소리와 가을의 단풍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음식의 맛과 자연풍경도 매력이겠지만 기자의 눈엔 우 대표 자신이 [외할머니집]만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보였다. 손님의 차가 들어오거나 나갈 때 마다 그는 문 밖까지 나가서 환영하고 배웅한다. 손님들을 반가운 사촌으로 생각하기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환영이고 배웅이다.


inmul_1b.jpg“찾아오거나 머물다가 가는 사촌들에게 눈이나 입으로만 배웅하는 외갓집은 없을 테니까요. 찾아 주신데 대한 감사함과 다음에 다시 뵐 때 까지 평안하시기를 바라는 제 마음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환영과 배웅을 받으면서 기억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기자가 느끼기엔 우대표의 친절함과 친근한 이미지에 이끌려 찾아오는 손님이 가장  많을것 같다.

영화 촬영소가 근처에 있기 때문에 영화인들도 자주 찾아온다. 연예인들 사이엔 식사와 휴식을 겸할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충주가 고향인 우 대표는 원래 건축업을 하던 엔지니어였다. IMF시절에도 경기가 좋았었는데 독립시켜 준 업체의 부실을 떠안게 되면서 문을 닫고 시작한 것이 지금의 [외할머니집]이다. 장소를 물색하다가 비록 한적한 곳에 위치하긴 하지만 경치가 좋아 여유 있게 쉬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 같아서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게 되었다.


“급하게 식사만 해결하고 나가는 도심의 식당이 아니므로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생각하다가 외갓집 보다 더 편안한 곳이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구의 가슴속에나 외할머니와 외갓집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테니까요.”


직접 인테리어를 하고 인테리어에 필요한 소품들은 대부분 고향에서 쓰던 것들을 가져다가 꾸몄다. 큰길가에 이정표를 세우고 샛길의 입구에 간판을 세운 것 외엔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은 늘어만 갔다. 


inmul_1d.jpg평일에도 끊이지 않는 손님들이 주말이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그는 따로 일손을 고용하지 않는다. 외갓집을 찾은 반가운 사촌들이기에 자신이 직접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로 살갑게 대하기 위해서이다.


손님을 맞고 음식을 나르는 일은 그가 맡고 주방은 부인의 몫이 되었다. 주방을 들여다보니 청결하고 잘 정돈 된 공간에서 부인의 조리하는 손길이 바쁘다. 그 자태가 고와 보여서 사진에 담으려 하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 끝내 사양을 했다.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내는 그의 부인은 요리를 따로 배우지 않고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배우고 물려받은 집안의 조리법으로만 음식을 만든다.

그래서인지 [외할머니집]의 음식은 어느 기품 있는 가문에 손님으로 갔을 때 그 집안의 주부가 정성을 다해 만들어낸 요리처럼 우러나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우 대표는 하얀 옷을 즐겨 입는다. 상쾌하고 청결한 이미지로 보는 사람의 기분까지 밝게 해주기 때문이다.


“즐겁게 식사하고 편안히 쉬려고 일부러 찾아 주시는 손님들이기에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더라도 손님 앞에서는 절대로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억지로 얼굴로만 웃는 것이 아닌, 가슴속의 감사와 반가움을 손님께 전하려고 합니다.“


처음 온 손님들에게도 가벼운 죠크를 건네며 웃음을 안겨준다. 그리고 금방 친해진다.


“상호와 인테리어와 맛만으로는 외할머니집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집만 있으면 외갓집이 아닐 테니까요.

아내는 주방에서, 저는 손님을 맞고 배웅하면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일합니다. 그걸 통해서 꼬마손님들은 외갓집에, 여자 손님들은 친정에, 남자 손님들은 처가에 온 듯한 기분으로 머물 수 있을 테니까요.”


많은 단체손님과 시끄러운 모임예약을 가급적 받지 않는 것도 한가로운 시간에 들러서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 있게 머물다 가기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서이다.


“손님들을 만나는 일이 큰 즐거움입니다. 맛있게 먹고 편안히 쉬어 간다는 말을 들을 때 마다 아내와 마주 보며 행복하게 웃습니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그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때 까지 누리다가 노년에는 고향에서 전답을 일구며 살고 싶다는 우재민 대표 특유의 웃음이 햇살 맑은 날의 솔바람처럼 싱그러웠다.


*[외할머니집] 연락처* ***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전화번호 노출방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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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전체

외관 사진을 보니 많이 본 곳 같기도 하네요.

근처에 봄향기 그득한 업소라면 양수리 시골밥상이라는 곳도 생각나네요.
다양한 찬이 작은 접시에 조근조근 감질나게.......

아직도 그곳 종업원분들 접시로 탑쌓고 다니시는지.......

감히 윗연배의 분의 삶에 대해 말씀을하자니 외람되지만,
참 자유롭고 즐겁게 사시는 것아 부럽습니다.

기자라는 직함과 더불어 더 다양한 삶의 면면을 찾아다니실 수 있으니..
시골밥상은 저도 아는 곳입니다.
소개드린 이곳은 촬영소 못가서 왼쪽으로 운길산 가는 고갯길을 오르다가
산등성이에 있습니다.
지금쯤 가보시면 여기 사장님께 봉지랑 칼 빌려서 냉이와 쑥을 캐실 수 있을 것입니다.
봄엔 산나물을..늦여름엔 산딸기와 오디가 지천이고
가을무렵엔 고사리를 뜯을수 있습니다.
가실 기회가 되면 저를 파세요..
매콤하고 맛있는 장떡을 서비스로 더 주실겁니다..^^
어느계절이든 다 괜찮지만
기왕이면 봄에서 가을까지가 좋습니다.
겨울엔 독수리 떼들이 계곡을 활강하는 장관을 볼수 있기도 하지만요...
서울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입니다..
양수리 지난 후 조안면사무소에서 조금난 더가면 되니까요.
혹시 서울 근처가 아니시던가요?
아니시면 염장 맞는데...^^
© SIR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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