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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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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고 가슴이 미어져 눈물만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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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버지 삼우제로 편히 모셨습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4개월간의 투병생활 끝에 지난 28일 하늘로 돌아가셨습니다.

가슴이 미어지는 건 고통없이 보내드렸다면, 임종을 지켜드렸다면 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폐암 말기에 온몸으로 전이가 된 상태라 수술은 불가능하고 항암치료와 진통제로 고통을 줄이는 일 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호전되는 듯 해보였으나 방사선 치료 이후 폐 결핵과 폐렴이 찾아오면서 항암치료가 불가능해 졌습니다.
병원측에서는 폐렴을 없애야 항암치료가 가능하다며 다시 입원을 하였고 치료 과정에서 아버지의 몸상태가 점점 더 악화되었습니다.

가장 강한 항생제를 투여해도 폐렴은 점점 더 진행되면서 급기야 폐가 썪은 부위가 가래에 섞여 나왔습니다.
물론 담당의에게 가래의 색이 검고 심한 악취가 난다고 이야기했지만 별 반응 없었고 여러가지 검사를 해야한다며 금식하기 일쑤였습니다.

체력이 떨어져 걷기조차 불편한 분이 금식까지 하면서 무척 고통스러워 하셨고 결국 폐혈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담당의는 폐사진을 보여주며 폐렴에 의한 혈관이 터져 그냥 놔두면 위험하다고 하더군요.
암에 의한 폐혈인지 단순 기침에 의한 폐혈인지 시술을 해봐야 알 수 있다면서 암에 의한 폐혈일 경우 한쪽 폐를 잘라내고 기관삽입으로 생명을 연명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자식된 입장에서 고통스럽지만 생명을 조금더 연장해야 할지 그냥 편하게 보내드려야 할지 망설이다가 어려운 시술도 아니고 후자일 경우 혈관을 막으면 다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하기에 기대아닌 기대를 하면서 시술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술하던 날 1시간의 시술을 받고 시술이 잘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크게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술을 받기 위해 네끼를 굶으셔야 했던 아버지...
시술이 끝나고 무척이나 힘들어 하면서 온몸을 떨고계셨던 아버지...

중환자실 면회시간이 끝나고 다음 면회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잠깐 집으로 갔다오는 잠깐의 사이에 아버지는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잘 됐다던 시술이 어떻게 폐혈이 되면서 피를 토하셨고 쓰고있던 산소호흡기 때문에 다시 기도로 흘러들어가 기도를 막아 호흡곤란과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중환자실에 도착하였을 때에도 심폐소생술을 계속 하고 있었지만 이미 손발에 핏기가 없어 하얗게 변해있었고 너무나 차가워 져있었습니다.

손을 움직일 힘조차 없어서 호흡기를 빼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파옵니다.
옆에 조금이라도 더 있어드렸다면 이런일을 겪지 않았을 것을... 시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괴질성 폐렴이라 한쪽 폐가 거의 녹다시피하였기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말이라도 했었더라면...

시술을 끝내 고집했던 병원측과 폐혈로 피를 토하실 때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못한 중환자실, 자리를 지켜드리지 못한 못난 자식들로 하여금 원망과 한숨, 비통함과 후회가 가슴을 미어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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